FIA 세계 내구 챔피언십(WEC)의 새로운 우승자로 떠오른 BMW가 이번 주말 펼쳐지는 ‘르망 24시’ 결승 레이스 맨 앞자리에서 출발한다. 당초 캐딜락이 2년 연속 르망 폴 포지션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듯했으나, 예선 직후 치명적인 패널티를 받으면서 자리가 뒤바뀌었다.
숨 막히는 ‘하이퍼폴 2(Hyperpole 2)’ 슛아웃의 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사르트 서킷을 뒤흔든 캐딜락 헤르츠 팀 조타(Cadillac Hertz Team JOTA)의 잭 에이켄과 BMW M 팀 WRT의 드리스 반투르를 가른 차이는 단 0.005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대결의 최종 승자는 반투르였다. 에이켄이 세션 시작 직후 승인 지시를 받기 전 워킹 레인을 벗어나 패스트 레인으로 진입했다는 규정 위반 사유로 최속 랩타임을 박탈당하면서, 폴 포지션의 영광은 반투르에게 돌아갔다.
사실 15분간 전개된 하이퍼폴 무대의 주인공은 예선 내내 퍼플 섹터(구간 최고 기록)를 경신하며 최고속 랩을 쏟아낸 반투르와 BMW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션 막판, 캐딜락 헤르츠 팀 조타 소속으로 두 번째 르망 무대에 나선 에이켄이 기적 같은 스퍼트를 올리며 타이밍 스크린 최상단을 점령했다.
하지만 세션 종료 후 청천벽력 같은 패널티가 떨어졌다. 38번 캐딜락 V-시리즈.R 경주차의 기록이 무효 처리되면서 순위는 10위까지 추락했고, 반투르가 케빈 마그누센, 라파엘 마르첼로와 함께 하는 15번 BMW M 하이브리드 V8이 스타팅 그리드 최선두에 올랐다.
벨기에 출신의 드리스 반투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밤낮으로 고생한 팀원 모두에게 걸맞은 보답을 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다만 그는 “진짜 목표는 결승 우승인 만큼 아직 과하게 기뻐하진 않겠다. 주말 본선 레이스에서 깔끔한 주행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단 출발선 가장 앞자리를 확보한 것은 엄청난 이점”이라며 덧붙였다.
■ 캐딜락의 아쉬움과 알핀·BMW의 전방 배치
에이켄의 패널티로 아쉬움을 삼킨 캐딜락이었지만, 윌 스티븐스가 예선 2위를 기록하며 프론트 로우 한자리를 지켜냈다. 그 뒤를 이어 하이퍼폴 1에서 페이스를 주도했던 팀 동료 샤를 밀레시의 바통을 이어받은 안토니오 펠릭스 다 코스타가 35번 알핀 엔듀런스 팀 ‘A424’ 경주차를 3위에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라운드인 스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20번 BMW는 로빈 프라인스의 역주로 4위를 마크하며 상위권을 굳건히 지켰다.
■ ‘신성’ 제네시스의 돌풍과 페라리·토요타의 부진
올 시즌 하이퍼카 클래스에 첫발을 내디딘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enesis Magma Racing)’은 데뷔 무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폴-루프 샤탱과 전 월드 챔피언 앙드레 로테러의 노련한 주행을 앞세운 제네시스는 각각 예선 6위와 9위라는 고무적인 성적으로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명가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페라리 진영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2023년 르망 우승 경주차(51번 499P)가 8위에 머물렀고, 전 대회 챔피언십을 호령했던 토요타는 두 대의 경주차 모두 하이퍼폴 2 진입조차 실패한 채 각각 14위와 15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LMGT3 애스턴 마틴 독주… LMP2는 에스테반 마송 생애 첫 폴
LMGT3 클래스에서는 하트 오브 레이싱(Heart of Racing) 애스턴 마틴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애스턴 마틴의 워크스 드라이버 마티아 드루디는 신형 밴티지 GT3로 2위 그룹을 무려 1초 가까이 따돌리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폴 포지션을 차지했다.
한편, 동일 섀시와 엔진으로 커스터머 레이스를 펼치는 LMP2 클래스에서는 포레스티어 레이싱 바이 파니스(Forestier Racing by Panis)의 29번 경주차를 몬 에스테반 마송이 자신의 생애 첫 르망 LMP2 클래스 폴 포지션을 장식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