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앤스포츠=방영재] 드라이버들이 시속 340km에 달하는 초고속 주행으로 휠투휠(Wheel-to-Wheel) 배틀을 벌이는 무대, 총 길이 13.626km의 사르트 서킷(Circuit de la Sarthe)에서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 축제가 개막한다. 한 랩의 70%를 풀 스로틀로 질주하고 랩당 평균 78회의 기어 변속을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경주차의 모든 부품은 극한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단 한 순간의 집중력 저하도 리타이어로 이어질 수 있는 궁극의 시험대다.
특히 이번 르망 24시는 하이퍼카(Hypercar)와 LMGT3 클래스 모두 챔피언십 포인트가 두 배로 부여되는 만큼, 올 시즌 월드 챔피언십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사투가 이번 주말 펼쳐진다.
■ 예측불허 하이퍼카 클래스, BMW·토요타·페라리 ‘3강 구도’ 격돌
개막 이후 치러진 두 번의 라운드 결과, 제조사 부문 선두권인 BMW와 토요타, 페라리의 승점 차이는 단 17점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다.
가장 매서운 기세를 올리고 있는 곳은 BMW다. 직전 라운드인 스파-프랑코샹에서 역사적인 1위, 2위(원-투 피니시)를 석권했다. 지난 1999년 르망 우승 이후 BMW가 글로벌 FIA 내구 레이스 최상위 무대에서 거둔 첫 종합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에 맞서는 토요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르망 5연패를 달성했던 토요타는 지난 2025 시즌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4월 이몰라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페라리를 안방에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토요타 라인업에는 르망 4회 우승에 빛나는 세바스티앙 부에미와 역대 최다 폴 포지션 2위(4회) 기록을 보유한 카무이 고바야시 등 베테랑 드라이버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최근 르망의 주인공은 단연 페라리였다. 페라리는 자사의 하이퍼카 경주차 ‘499P’를 앞세워 최근 3회 연속 르망 24시 정상에 올랐다. 특히 51번 경주차 선수들은 페라리가 하이퍼카 클래스에 진입한 이후 출전한 모든 르망 레이스에서 포디움에 오르는 100%의 확률을 기록 중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AF 코르세의 83번 경주차가 13위 그리드에서 출발해 역전 우승을 차지, 비제조사 워크스(Non-factory) 팀으로는 20년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호시탐탐 이변 노리는 추격자들… 캐딜락·알핀·푸조의 잠재력
선두권 3사를 위협하는 추격자들의 전력도 탄탄하다. 캐딜락은 이몰라와 스파에서 불운에 울었지만, ‘V-시리즈.R’ 경주차의 페이스는 사르트 서킷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해 왔다. 지난 시즌 조타(JOTA)가 이끄는 캐딜락 스쿼드는 1967년 이후 미국 제조사 최초로 프론트 로우를 독점하며 폴 포지션을 차지했고, 프랑스 르망 출신의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부르데가 정규 레이스 패스티스트 랩을 기록한 바 있다.
부르데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31명의 프랑스 드라이버 중 한 명이다. 그의 새로운 팀 동료 잭 에이컨(한국명 한세용) 역시 지난 시즌 하이퍼폴 1에서 현대 하이퍼카 에라의 사르트 서킷 역대 최고 랩타임을 갈아치운 바 있어, 캐딜락은 이번에 오직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기에 알핀의 ‘A424’까지 가세하면서, 올 시즌 하이퍼카 그리드는 FIA WEC 레이스 우승 경험이 있는 모델만 무려 5종에 달하는 전례 없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알핀은 이몰라에서 4위로 체커기를 받은 데 이어 스파에서도 포디움 경쟁을 펼쳤으며, 이번 브랜드 통산 75번째 챔피언십 출전 무대에서 최고의 성과를 노린다.
프랑스의 또 다른 자존심 푸조는 르망 첫 출전 1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이정표를 맞이했다. 직전 벨기에 경기에서 말테 야콥센이 ‘9X8’ 경주차에 첫 폴 포지션을 안겼으나 결승 중 사고로 리타이어했던 푸조는, 2023년 데뷔 이후 사르트 서킷에서만 총 2,023랩을 소화한 내구성을 바탕으로 이번 주말 포디움 등극을 정조준한다.
여기에 2년 차를 맞이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애스턴 마틴의 ‘발키리’가 초반 2개 라운드에서 눈부신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며, ‘그리드의 신성’ 제네시스(Genesis)가 한국 브랜드 사상 최초로 르망 24시에 도전장을 내밀어 국내외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 LMGT3·LMP2 클래스 격돌… 62대의 경주차가 만드는 장관
클래스별 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총 25대가 출전하는 LMGT3 디비전은 FIA WEC 역사상 최대 규모의 GT 그리드를 형성했다. 현재 우승 후보 0순위는 맨타이(Manthey) 레이싱 팀이다. 르망에서 100%의 승률을 자랑하는 맨타이는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92번 경주차를 앞세워 현재 드라이버 및 제조사 챔피언십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WEC 정규 클래스는 아니지만, 동일한 깁슨 엔진과 오레카 섀시를 사용하는 19대의 LMP2 클래스 프로토타입 경주차들이 그리드에 합류한다. 이로써 올해 르망 24시에 출전하는 총 경주차는 62대에 이른다.
한편, 2026 르망 24시의 트랙 액션은 오는 6월 10일(수) 자유 연습과 예선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며, 대망의 스타팅 그리드를 확정 짓는 ‘하이퍼폴(Hyperpole)’ 슛아웃은 11일(목) 저녁에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