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interview 뉘르부르크링에서 나고야까지, '월드 클래스'를 향한 김영찬의 멈추지 않는 질주

[인터뷰] 뉘르부르크링에서 나고야까지, ‘월드 클래스’를 향한 김영찬의 멈추지 않는 질주

[카앤스포츠=방영재]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출전. ‘심레이서 출신’이라는 주변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고 현실 서킷과 가상 무대를 모두 제패한 DCT 레이싱 팀의 김영찬 선수를 만났다. 2025 현대 N 페스티벌 금호 N1 클래스 종합 챔피언에 이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거머쥔 그와 나눈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레이스 이야기를 전한다.

DCTRACING 김영찬

대한민국 최초의 태극마크, “목표는 오직 금메달”
Q1.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최종 예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종합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및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 소회와 다가오는 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김영찬 : 큰 무대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목표는 오직 금메달 하나뿐이며, 이를 위해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습니다. ‘그란 투리스모 7’은 제가 열심히 하던 종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두세 달 동안 해당 시뮬레이션의 물리 엔진과 게임 특성에 완벽히 적응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주 차량과 트랙이 바뀌며 30분마다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랭크 시스템을 통해 연습 중입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기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주행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월드 랭킹 상위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일에 싸인 규정, “독보적인 적응력으로 돌파할 것”
Q2. 선발전 결선은 현대 N 레이싱 시뮬레이터와 ‘그란 투리스모 7’ 내의 아반떼 N(엘란트라 N) 경주차를 활용해 치러졌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각국 대표들을 상대로 펼칠 김영찬 선수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나 레이스 운영 전략은 무엇인가요?

김영찬 : 스스로 생각하기에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또한, 실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쌓은 경험 덕분에 오프라인 현장 이벤트나 압박감이 큰 실전 레이스에서 실수를 줄이고 의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현재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차량, 서킷, 세부 규정은 물론 공식 장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주최 측의 성향상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대회 직전에 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특정 환경에 안주하기보다 ‘그란 투리스모 라이센스’를 인증받은 파나텍 휠이나 현재 연습 중인 로지텍 RS50 휠 등을 사용해 어떤 장비가 주어지더라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물리 엔진 적응력 자체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DCTRACING 김영찬

가상과 현실의 80%는 같다, 심레이싱이 준 ‘경주차 거동의 이해’
Q3. 커리어 초기에는 ‘심레이서 출신’이라는 이유로 실제 서킷 적응력에 대한 주변의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증명하며 이 편견을 완전히 깨부수었는데요. 시뮬레이터 훈련이 실제 경주차의 거동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김영찬 : 결국 서킷에서 랩타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타이어의 한계를 파악하고 경주차의 움직임을 완벽히 이해해야 합니다. 페달링과 핸들링 등 차량 조작에 관련된 핵심적인 요소들은 이미 심레이싱 상에 매우 정교하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실제 경주차가 움직이는 미세한 질감은 다를지라도, 근본적인 메커니즘의 80%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뢰가 있었기에 처음 실제 경주차를 탔을 때도 “다른 물리 엔진의 게임을 한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가상 공간과 달리 실제 서킷에서는 지포스(G-Force) 등 몸으로 들어오는 정보량이 훨씬 많아지는데, 그 정보를 분석하고 적응하는 법을 공부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 수 있었습니다.

심레이싱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리듬 구축
Q4. 최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심레이싱 데이터 분석은 프로 레이싱팀의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현재 소속된 DCT 레이싱 팀 내에서 시뮬레이터 데이터를 활용해 랩타임을 단축하거나 경주차의 셋업을 최적화하는 자신만의 구체적인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영찬 : 실제 경주차 환경을 시뮬레이터에 100% 똑같이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현대 N 페스티벌 아반떼 N2 클래스 선수들을 코칭할 때, 오기 전 시뮬레이터로 튜닝해 둔 데이터와 실제 트랙에서의 데이터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서킷에 가기 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주행 리듬을 먼저 만들면 실제 트랙에 섰을 때 훨씬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드라이빙 스킬 자체는 이미 심레이싱을 통해 오랜 시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이를 실제 경주차에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가상 훈련은 실제 경주차와 달리 시간과 비용의 제약 없이 무한히 투자할 수 있으므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뷰 중인 DCTRACING 김영찬

전날의 사고를 극복한 폴-투-윈, 4년 만에 거머쥔 챔피언 타이틀
Q5. 2025 현대 N 페스티벌 금호 N1 클래스 파이널 라운드 당시, 전날 있었던 사고 여파를 완벽히 극복하고 폴투윈(Pole-to-Win)을 기록하며 극적인 시즌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최종전 스타트 라인에 서기 전 멘탈을 어떻게 다잡았는지, 그리고 체커기를 받으며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 지은 순간의 솔직한 심정이 어떠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영찬 : 전날의 큰 사고 이후, 당일 밤늦게까지 온갖 데이터를 분석하고 영상을 돌려보며 철저하게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셋업을 완전히 뒤엎었음에도 예선에서 좋은 기록을 냈고, 최종 우승을 앞둔 그리드에 섰을 때는 “이제 스타트 하나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스타트에서 실수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주행을 시작했습니다.
16랩의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체커기를 받기 직전까지 오직 나의 주행과 타이어 한계에만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코너를 돌아 메인 스트레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N1 클래스 도전 4년 차에 마침내 이뤄낸 챔피언이라는 성취감, 그리고 그간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진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함께 고생해 준 팀원들의 얼굴과 지난 레이스 커리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포디움 세레머니를 할 때는 그저 기쁘고 기분 좋게 챔피언의 순간을 즐겼습니다.

전기 경주차 아이오닉 5 N, 무거운 무게와 그립의 한계를 찾아서
Q7. 2026 현대 N 페스티벌 개막전 그란 투리스모 eN1 클래스 예선에서 곧바로 폴 포지션을 차지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내연기관 경주차인 아반떼 N(N1)과, 육중한 무게와 가속력을 가진 전기 경주차 아이오닉 5 N(eN1)를 비교했을때, 주행 질감나 운영등의 부분에서 있어 가장 신경 쓰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김영찬 : 두 경주차는 출력, 무게, 타이어라는 레이싱의 가장 핵심적인 세 가지 요소가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아이오닉 5 N(eN1)은 고성능 전기 경주차인 만큼 제어할 수 있는 셋업의 가짓수가 훨씬 많습니다. 현재 타이어 개발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이 육중하고 강력한 차량을 더 빠르게 달리게 할 수 있을지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eN1 경주차는 N1 경주차에 비해 무게는 무겁지만 그립이 훨씬 훌륭하기 때문에, 실제 랩타임이 7초 이상 빠릅니다. 그만큼 더 높은 속도 영역에서 오는 차의 한계점에 드라이빙 라인과 감각을 완벽히 동기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에 출전한 김영찬

뉘르부르크링의 어둠과 우박 속에서, “심레이싱 경험이 안전한 완주 도왔다”
Q9. 2026 뉘르부르크링 24시 레이스(24h Nürburgring) 예선 2세션 당시, 야간 우박과 저온이라는 극악의 악천후 속에서 No.302 현대 엘란트라 N1 RP 경주차의 스티어링 휠을 잡으셨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노르트슐라이페의 어둠 속에서 스바루 WRX 등 글로벌 강자들을 상대로 타임을 앞당겼던 ‘야간 반격’의 순간, 콕핏 안에서 느낀 압박감과 노면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김영찬 : 올해 뉘르부르크링은 레이스 도중 갑자기 어두워지거나 비와 우박이 오락가락하는 등 날씨 변덕이 유독 심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많은 사고 차량을 목격했기에 압박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가기 전 시뮬레이터를 통해 뉘르부르크링의 다양한 악천후 컨디션을 극한으로 연습했던 것이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상 환경에서의 시각적 훈련 덕분에 실제 극악의 노면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안전하게 한계를 시험하며 타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뉘르부르크링 무대가 2년 차였던 만큼, 큰 부담 없이 테스트 자체를 즐기며 완주해 포디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막스 베르스타펜 같은 세계적인 드라이버들의 이슈를 접하고, 그들이 나를 추월해 갈 때 동경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나도 언젠간 저런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얻은 레이스였습니다.

월드 클래스 드라이버들과의 조우, “나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다”
Q10. 세계적인 TCR 드라이버 미켈 아스코나(Mikel Azcona), 마누엘 라우크(Manuel Lauck) 등과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추며 25km에 달하는 극한의 코스를 질주했습니다. 이번 뉘르부르크링 24시 무대를 통해 드라이버 김영찬의 커리어에 어떤 기술적·정신적 성장이 있었다고 보시는지, 아울러 향후 글로벌 내구레이스 무대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면 어떤 경험적 피드백을 반영하고 싶으신가요?

김영찬 : 세계 최정상급 드라이버들과 한 경주차를 공유하며 타는 것 자체가 엄청난 경험치였습니다. 그들의 드라이빙 스타일과 차량 매니지먼트를 곁에서 지켜보았는데, 콕핏 안에서 여유롭게 랩타임은 압도적으로 만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같은 차를 탈 때는 나도 충분히 그들과 견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향후 글로벌 무대에 다시 선다면 그들이 보여준 프로페셔널함을 깊이 반영하고 싶습니다. 차량 개발에 일조하는 정교한 피드백 능력, 그리고 팀 내에서 사소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내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루틴들을 배우고 따라가다 보면, 언젠가 저도 그들과 같은 세계 최고 정점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영찬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진 치밀한 데이터 분석력과 실제 서킷에서 증명한 압도적인 기량을 바탕으로 모터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이번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모터스포츠 태극마크를 달고 출격하는 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포디움 정상에 설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제공 :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정인성(웨이브진 https://wvzine.com) / 김학수(카홀릭 http://carholi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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