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앤스포츠=방영재] 대한민국 최초의 F1(포뮬러 1) 드라이버를 향해 질주하는 2008년생 드라이버가 유럽 모터스포츠 무대를 흔들고 있다. 척박한 국내 인프라와 자본의 한계를 오직 천재적인 재능과 투혼으로 극복하며 유럽 주니어 최고 무대인 ‘2026 GB3 챔피언십’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이규호(엘리트 모터스포츠)의 이야기다.
지난 5월 31일(현지 시각)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막을 내린 2026 GB3 챔피언십 2라운드는 이규호에게 가혹한 불운과 눈부신 천재성이 격렬하게 교차한 주말이었다. 경주차의 연이은 엔진 트러블로 최종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개막전 실버스톤부터 이어져 온 그의 활약은 왜 그가 대한민국 모터스포츠의 미래인지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 실버스톤 데뷔전, 현지 관계자들을 매료시키다
이규호의 유럽 무대 첫걸음은 지난 4월, 모터스포츠의 성지인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시작됐다. GB3 데뷔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예선부터 톱 10에 진입하며 현지 스카우터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결승 레이스 1에서 7위, 레이스 2에서 6위(10위 출발)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이규호는 예선 상위 12대를 역순으로 배열하는 ‘리버스 그리드’ 방식의 레이스 3에서 폭발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과감한 추월얼 펼치며 선두 경쟁 끝에 실제 결승선을 전체 2위(온트랙 포디움)로 통과하는 기염을 토했다.
경기 후 포메이션 랩 구역 규정 위반으로 5초 페널티를 받아 공식 순위는 9위로 정정됐으나, 공격적인 드라이빙과 레이스 운영 능력은 현지에서 서킷을 지배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심장을 멈추게 한 엔진 결함, 그러나 꺾이지 않은 ‘피트 스타트’ 투혼
스파-프랑코샹 서킷을 처음 경험하는 상황임에도 이규호는 금요일 오전 공식 연습 주행(FP1~FP3)의 세 세션 모두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특히 FP2에서는 선두와 불과 0.1초 차이로 전체 2위를 기록했고, 후속 세션에서도 4위(+0.3초)를 마크하며 포디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부터 예기치 못한 엔진 계통 결함이 발목을 잡았다. 엔진 출력 저하로 차량 밸런스가 무너지며 예선 성적은 14위와 12위에 그쳤다. 이어진 레이스 1에서는 오프닝 랩에서만 4대를 추월하며 10위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세이프티카(SC) 상황이 해제된 직후 다시 엔진 출력이 손실되며 결국 리타이어(기권)해야 했다.
레이스 2의 상황은 더욱 가혹했다. 레이스 시작 직전인 포메이션 랩 도중 동일한 엔진 고장이 발생해 급히 피트로 복귀했다. 팀 크루들이 긴급 수리에 나섰지만 대열은 이미 출발했고, 이규호는 결국 피트 맨 끝에서 홀로 출발하는 ‘피트 스타트’를 맞이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포기는 없었다. 이규호는 매서운 집중력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려 3개의 순위를 만회하며 19위로 완주, 팀에 귀중한 주행 데이터와 포인트를 선사했다.
▲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 되고파”… 7월 헝가로링서 질주 재개
경기 후 이규호는 카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주말 초반 연습 주행에서 선두와 0.1초 차이라는 기록을 보았을 때, 내 스피드가 이 넓은 세계 무대에서도 확실히 통한다는 확신이 생겼다”라며, “그래서 예상치 못한 엔진 고장으로 차가 멈췄을 때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고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피트 맨 끝에서 출발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한국에서 나 하나만 바라보고 모든 것을 희생하고 계신 부모님이 떠올랐기 때문”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저를 믿고 먼 타국으로 보내주신 부모님께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다”고 성숙한 심경을 밝혔다.
비록 불운한 머신 트러블로 빛이 바랬지만, 이규호가 보여준 압도적인 페이스와 위기 상황에서의 투혼은 현지 모터스포츠 전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규호의 다음 도전은 오는 7월 4일부터 5일까지, F1 헝가리 그랑프리가 개최되는 ‘헝가로링(Hungaroring)’ 서킷에서 3라운드로 이어진다.


